기분 좋은 따스한 바람이 살랑거리는 봄날.
왕세자의 생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왕국의 축제날에 대비해 벌써부터 수도로 향하는 귀족들의 발걸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한 지역을 통치하고 있는 페르데우스 백작 가문 또한 그 행렬에 포함되어 있었다.
페르데우스 백작의 하나뿐인 딸, 세릴도 눈도장을 찍기 위해 백작가의
일원으로 수도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빠의 과보호로 인해서 바깥 세상을 별로 겪어보지 못한 그녀는 마차 여행이 사뭇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도 반복되면 지겨운 법.
마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세상을 접한 지 어언 일주일이다.
아랫사람들이 챙겨줘서 불편한 점은 별로 없었지만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생각이 세릴의 머릿속에서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세릴이 옆을 흘겨보았다. 그녀의 옆에는 호위 기사인 니엔이 서 있었는데, 재미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니엔은 가문 최연소 여기사 서임을 받은 엘리트였는데, 세릴과 동갑임에도
말이 별로 없고 무뚝뚝했다. 감정 표현 자체가 적은 사람이었다.
어차피 왔다갔다 하면서 24시간 내내 붙어 있을 텐데 좀 편하게 수다
떨고 가면 안 되나 싶어서 말을 걸어봐도 묻는 말에만 대답해서 결국 세릴은 창밖을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일이 없었다.
“흐아아암..”
갈수록 찌뿌둥하고 지루해지는 환경속에서 세릴은 일탈을 원했다.
크게 일을 키울 수도 있는 그런 일탈 말고, 작은 일탈.
세릴은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었고, 당연하게도 위험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저 잠깐, 기분 전환이 필요할 뿐이었다.
더 이상 노숙은 싫다고 아빠한테 떼를 써서 무리한 여정을 감행해 가까운 마을로 입성했다.
하루 종일 호위를 하던 니엔이 잠시 눈을 붙이는 사이, 세릴은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챙긴 서민용 옷을 챙겨서 숙소를 탈출했다.
보초를 서던 기사도 그녀가 다른 사람들 무리에 섞여서 얼굴을 가리고 나가자 못 알아보고 내보내주었다.
“햐아!”
하늘도 맑고, 공기도 좋다.
그녀를 위해 세상이 준비해 준 선물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체력이 떨어지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돈..이 없네.”
돈으로 물건을 산다는 개념은 알고 있었지만 세릴은 배고프니 일단 좋은 냄새가 나는 빵가게로 들어갔다.
“어서옵쇼.”
들어오자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건성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세릴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다가 작은 빵 하나를 슬쩍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아. 먹.을게.없.네.”
그리고.. 나가다가 잡혔다.
그녀 나름으로는 머리를 굴린 것이었지만 잔뼈 굵은 상점 주인이 그런 것조차 모를 리 없었다.
이미 처음 들어올 때부터 어색하다는 걸 눈치채고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는 행동이 너무 유치하고 수준이 낮아서 뭔가 싶을 정도였다.
할 말도 잃어버린 그는 예상했던 뻔한 결과에 주먹을 들어올렸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주먹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떠오른 것이었다.
빵 한 조각 훔치려고 했던 행동에 비하면 좀 과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
소녀가 앞으로 올 좀도둑들을 퇴치하는 본보기가 되어줄 것이다.
“합의 안 해준다.”
“에?”
“너 망했다고.”
주인이 직원을 시켜 신고를 하고 나서, 시간이 흐르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껄렁거리면서 다가왔다.
인근 교도소의 직원들이었다.
주인과 직원들은 이미 구면인지 서로 인사를 하고는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 악수를 했다.
“자, 잠깐만. 내가 누군지 알아? 바로 페르..
아악!!!”
직원 중 한 명이 세릴의 뺨을 후려쳤다.
아프다.
귀족들 사이에서도 끗발 있는 가문의 하나뿐인 딸로 애지중지 자라온 세릴이 느낀 감각이었다.
귀에서 웅웅거리며 이명이 퍼져나갔다.
비현실적으로 아픈 감각에 말도 안 나오고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지랄났네. 어디서 귀족들이
말하는 걸 본 적은 있어가지고. 내가 누군지 알아? 풉.”
“….!”
저들이 낄낄거리는 사이 세릴은 탈출을 감행했다.
잡고 있던 사람의 팔을 뿌리치고, 숙소가 있던 방향으로 달렸다.
타다다닥!
살면서 이렇게 간절히 열심히 뛰는 건 처음이었다.
좀만 더 가면..
쿠웅!
되는데..
뒷목에서 커다란 충격이 느껴진다 생각하면서, 세릴은 의식을 잃었다.
땅바닥에 엎어진 세릴을 들쳐 업은 직원이 투덜거렸다.
“참 이상한 애들이 많아.”
“그래도 작은 빵 한 조각 가지고 교도소 가는 건 좀 불쌍하네요.”
“그런 거 하나하나 다 봐주면 끝도 없어. 가자.”
“야. 일어나.”
“으응? 니엔..”
짝!
볼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감각에 눈이 번쩍 떠졌다.
양옆에는 그녀 또래로 보이는 여자들이 있고, 앞에는 얼굴에 칼자국난
인상 사나운 남자가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빵가게에서 잡아왔습니다. 죄목은
도둑질이고, 잡히고 나서 귀족을 사칭하며 탈출까지 감행한 버릇없는 년입니다. 이런 애들은 본 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장님.”
“..소교. 그건 너가
할 말은 아닌 듯하군. 그런데 방금 한 말이 전부 사실인가?”
남자의 눈이 번뜩이며 안광을 발했다.
세릴은 남자의 시선이 무서워서 몸을 작게 움츠렸다.
이런 적의서린 시선도 난생 처음이었다.
“야. 소장님이 말씀하시잖아. 대답 안 하냐? 또 맞을래?”
지금은 직원이지만 소교도 몇 년 전에 이 교도소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와 비슷한 어린 여자들을 보면 더 막 대하기도 했다.
“…아니야.”
“거짓말까지 하는군. 뭐.. 도둑질하고 거짓말하는 건 흔한 일이지. 하지만 귀족 사칭은.. 흐음.”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에 뭔가를 적어나갔다.
“진짜라니까!?”
“참나. 너까짓게 귀족이면
나는 공주다 공주.”
“…공주? 공주님?”
소교가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그래. 너 귀족 사칭이
얼마나 큰 벌인지는 알아? 귀족모욕죄로 성립되면 앞으로 너 인생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그럼 너는 방금 왕족 사칭한 거 아니야?”
“이게 진짜!”
세릴이 진심으로 의아해하며 갸웃하는 모습에 소교가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소교.”
“네.. 소장님!”
촤라라락–
남자가 서류를 정리하면서 입을 열었다.
“하는 행동이 세상 물정 몰라보여서 귀족 영애인가 하고 찾아봤는데
적어도 이 근방에 사는 귀족 가문은 아닌 것 같군.”
“역시 소장님은 철두철미하세요.”
“그러면 우리가 할 일을 해야겠지..
죄수번호는 116번이다.”
교도소장이 번호를 부여하는 순간 그 사람은 진짜 교도소 소속 죄수가 되었다.
소교가 씨익 웃으며 옆의 직원과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소식을 진행할 시간이다.
죄수가 교도소에 입소할 때 가장 먼저 할 행동은 바로.
신체검사였다.
“116? 아니, 나 페르..꺄아아악!!!!!!”
직원들이 이런 일을 한 두번 해보는 것이 아니다.
그녀들은 능숙하게, 하지만 우악스럽게 세릴을 붙잡고 옷을 벗겼다.
세릴이 놀라 비명을 지르며 반항했지만 무의미한 반항이었다.
단숨에 바지와 팬티가 내려지면서 시작한 불합리한 옷 벗기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끝이 났다.
“흐아아앙… 아빠아.. 니엔…!”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강제로 발가벗겨진 세릴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떠오르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엉엉 울었다.
소장은 세릴의 매끈한 피부를 보며 설마 귀족 영애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다시금 싹 트는 걸 느꼈다.
옷을 입었을 때는 몰랐는데, 평민들이 저런 피부를 가지는 건 정말
타고난 게 아닌 이상 불가능했다.
그런 그의 마음도 모르고 소교는 우월감을 느끼며 신이 나 있었다.
“손 머리위로 올려. 어쭈. 손머리 하라고 했지!”
머리부터 내려오면서,
“입 똑바로 벌려!”
“아으으..”
목구멍까지 손가락을 밀어 넣는 소교의 행동에 세릴이 콜록거렸다.
바닥에 물방울이 떨어지며 번지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세릴은 평소 고분고분한 성격은 아니었고, 억울한 점을 참지 못하는
소녀였다.
하지만 지금은 예외였다.
옷을 입은 채로면 또 모르겠는데, 알몸인 채로는 도저히 반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사이 직원들은 꼼꼼하게 수사를 하며 세릴의 몸을 타고 내려오다가 드디어 엉덩이까지 도달했다.
그녀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이야.. 얘는 뭘 먹고
이렇게 엉덩이가 큰 거야?”
“뭐긴 뭐야. 빵 훔쳐
먹어서겠지.”
“푸훕..”
“빵을 얼마나 훔쳐먹은거야! 이
도둑고양이가!!”
소교가 손바닥을 휘둘러 세릴의 커다란 엉덩이를 철썩 후려쳤다.
“아..파! 뭐하는 짓이야!!”
세릴이 간신히 쥐어짜서 외치며 뒤로 물러섰다.
그걸 본 직원들은 말없이 그녀를 소장의 앞으로 질질 끌고 갔다.
“소장님. 116번의 반항이
심합니다.”
“그래. 116번.. 너에게 작은 기회를 주지. 이 행동에 따라서 너의 향후 처우가
결정될 것이다.”
“…”
“내가 소장님 말씀에 대답하라고 했지!”
소교가 눈에 쌍심지를 켜며 세릴의 엉덩이를 때렸다.
소장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소장의 눈빛이 더욱 흉흉한 빛을 발했다.
“소교. 너가 언제부터
내 대화에 끼어들 권한이 생긴거지?”
“죄, 죄송합니다..”
“너도 오랜만에 특별 교육이 필요하겠군. 하지만 지금은.. 116번?”
“…왜.”
세릴이 반말을 하자 소교가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차마 끼어들수가 없어서 분을 삭이고만 있었다.
“항문 검사 시간이다. 너
스스로 엉덩이를 활짝 벌려서 검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형량을 줄여주는 걸 고려해보겠다. 특히나 너는 도둑질로 잡혀온 입장이기 때문에 몸에 숨긴 게 없다는 것을 성실히 증명하면 긍정적인 평가를 줄
수 있지.”
“꺼져. 병신아.”
난생 처음 비속어를 입 밖에 내뱉었다.
세릴은 말하고 나서 약간의 뿌듯함과 통쾌함을 느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이런 교양 없고 상스러운 말을 왜 하나 했는데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갱생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군. 시작해.”
소교가 세릴의 상체를 누르자 옆의 직원이 올라타듯이 자세를 잡아서 못 움직이도록 고정시켰다.
그리고 이제는 뒤로 돌아온 소교가 세릴의 발뒤꿈치 사이로 앉았다.
그러고는 이리저리 피하려고 씰룩거리는 세릴의 엉덩이를 꽉 붙잡고 활짝 벌렸다.
화악– 벌어지는 시원한 느낌이 이렇게 불쾌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엉덩이를 꽉 닫아보려 힘을 줬지만, 우악스럽게 엉덩이를 움켜쥔
소교의 손도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반항하면 할수록 더 벌어지는 기분이었다.
소장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앉아서 느긋하게 세릴의 항문을 감상했다.
권력이 좋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세릴은 어릴 때 이후로 누구에게도 이렇게 항문을 보여진적이 없었다.
그것도 이렇게 굴욕적이고 적나라하게 말이다.
차라리 꿈이라면 좋을텐데..
처음 보는 남자가 그녀의 벌려진 항문을 보면서 주름은 어떻고, 색은
어떻고 품평을 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부끄러워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크응.. 콜록콜로로록!!”
“왜 그러지? 소교.”
한껏 엉덩이를 벌리던 소교가 인상을 찡그렸다.
“구린내가 너무 심합니다. 야, 똥구멍 제대로 간수 안하고 다니냐?”
곱디곱게 자란 세릴이 평생 들은 말 중에 이런 말을 들어봤을리가 없다.
심지어 발언의 수위가 어마어마했다.
단언컨대, 그녀가 평생 들은 모든 모욕을 합친 것 보다 방금 말이
더 모욕적이었다.
세릴의 마음속에서 수치, 굴욕, 부끄러움.. 보다 더 큰 감정이 화산처럼 폭발했다.
바로 분노라는 감정이었다.
그 감정은 화산재처럼 널리널리 퍼져나가 우아한 귀족 영애인 세릴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너 진짜 나가면 죽었어!!! 우리
아빠가 너 혼내줄거다!!”
세릴이 탈출하려다가 버둥거리다가 뒷발차기로 소교의 얼굴을 후려쳤다.
“…하.”
소교가 얼굴을 문지르다가 침을 퉤 뱉고는 피식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모양도 천박한 것이, 그
천박한 행동이 똥구멍에서부터 나왔나 봅니다.”
“..그렇군.”
소장이 또 다시 서류에 뭔가를 슥슥 적었다.
세릴이 이를 악물고 소교를 노려보았다.
소교의 발언은 그녀의 속을 뒤집어 놓고 할퀴어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장의 태도가 더 거슬렸다.
도대체 뭘 적는 건지 모르겠는데 저 슥슥 적는 소리도 불길하고 엄청나게 거슬렸다.
하여간에 이 좁고 더러운 공간은 마음에 드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가문의 울타리에서 탈출했더니 세상은 한없이 냉혹하기만 했다.
세릴은 새삼 가문의, 가족의 따뜻함을 상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겉보기로는 이상이 없군.. 다음.”
소장이 장갑을 끼며 말하자 소교가 더욱 항문을 넓게 벌렸다.
“끄으..아아아악!!!’
뒤이어 그의 손가락이 세릴의 항문을 침범하자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튀어나왔다.
항문에다가 쓰기는 어색한 표현이지만, 평생 외부의 침입을 받아본 적
없는 순결하다고 할 수 있는 항문이었다.
그런 곳에다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성인 남성의 손가락을 밀어 넣고 안에 숨긴 물건이 없는지 확인을 하는 것은
세릴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손가락 하나가지고 세상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네. 참 나. 나 때는..”
소교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녀가 하려던 말은 다행히 소장에 의해 제지되었다.
“딱히 숨긴 건 없어보이는군.”
“보지는 어떻게 할까요?”
“그건 내일 의사가 오면 확인하도록 하지. 이제 그만-”
“..용서하지 않을 거야.”
“뭐?”
세릴이 악에 받쳐서 소리쳤다.
아직도 항문에 불쾌한 감각이 남아있는 채로, 밑에서부터 끌어올려서
크게 소리쳤다.
“아빠한테 돌아가기만 하면 너희 다 인생 종칠거라고!!!”
“흐음..”
소장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너는 진짜 귀족 영애라는 건가?”
“그래! 그렇다니까!!!”
“그러면 그 가문에게 너가 도둑질을 했다고 전달하는 것이 좋겠군. 아니지, 전 왕국에 퍼뜨려서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해야겠어.”
“…”
세릴의 몸이 잠시 굳었다.
그런 짓을 한다면 가문의 수치임은 물론 혼사까지 막히게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이런 꼴을 당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러니까 순순히..”
“해보던가. 알려지는 순간
너넨 다 죽는거야.”
그리고 아빠가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리도 없고.
세릴은 아빠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었다.
지금 이 미쳐버릴 것만 같은 상황에서도 아빠라면 어떻게든 해결해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
“소장님! 이건 저희를
만만히 보는 태도 아닙니까? 무시하지 못하게 조치를 취해야..”
“소교.”
“넵!”
“116번에게 입소전 약간의 교육 정도는 괜찮을 것 같군.”
“알겠습니다!”
소교가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뒤를 이어 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죄목에 항문 검사 거부, 교도소장
협박 추가다. 대단하군.”
“어쩌라고! 내가 눈 하나
깜빡할 것 같아?!!”
“..안하기를 바라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군..”
말을 마치고 순간적으로 세릴을 들쳐업은 소장이 떨어지지 않도록 그녀를 꽉 고정시켰다.
“꺄악!!”
세릴이 발버둥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직원에게 서류를 들고 따라오라고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복도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
등 아주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어차피 발가벗고 있는 건 세릴이었으니 소장은 상관이 없었다.
세릴이 귀족 영애로서의 자존심도 버리고 빨리 가자고 재촉하고 애원하며 빌고 나서야 그의 걸음이 조금 빨라진 듯
했다.
복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인사하는 화기애애함에 세릴은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세릴의 마음도 덜컹거렸다.
적어도 그녀에게 좋은 공간은 아닐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쿵쿵 뛰었다.
들어가기 전 최대한 고개를 기울여서 읽은 단어를 떠올려보았다.
체벌실.
이름만 들어도 불길한 곳이었다..
“다행히 선객이 없군.”
“으…”
한 쪽에 보기 좋게 정돈된 다양한 도구들이 괜히 그녀를 위축시켰다.
분위기 자체도 칙칙하고 으스스한데, 그녀를 가려줄 것은 실오라기 한
장조차 없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뒤따라온 소교가 세릴을 하찮게 바라보다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소장님. 어떤 도구를
꺼내면 될까요? 요 채찍이랑, 이 회초리가 살갗에 차악 달라붙는
게 아주..”
“아무것도 필요없다.”
“예?”
“손으로도 충분하니까. 잘
잡고 있도록.”
“알겠습니다..!”
소교가 의자를 가져오자 소장이 털썩 걸터앉으며 자신의 무릎을 두드렸다.
“무릎 위로 올라와라.”
“왜, 왜..?”
“훈육 시간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반항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
세릴은 세상이 생각보다 험하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중이었다.
이 공간에 이러고 있는 매순간이 정말 몸서리치게 싫었다.
하지만 그녀 혼자서 이 교도소를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여자의 몸으로 무장한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는 이 교도소를 어떻게 탈출한단 말인가?
애초에 이렇게 발가벗겨져서는 뭔가를 반항할 수도 없었다.
풀무장한 니엔 정도면 또 모르겠지만 그녀도 알몸으로는 불가능할 거라고 세릴은 확신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소장의 말에 순순히 따르는 게 맞겠지..’
하지만..
“그래도 싫어! 내가 왜
네 무릎에 엎드려야 하는 건데?”
세릴의 반응에 소장의 입꼬리가 살짝 비틀렸다.
세릴은 그에게서 절대적으로 갑에 있는 사람이 밑에 있는 사람의 가소로운 행동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았다.
저 눈빛, 표정이 정말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못마땅했다.
설령 왕세자라고 해도 변경백의 외동딸인 세릴에게 이런 눈빛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자존심 강한 세릴이 순순히 무릎 위로 엎드릴리가 없다.
‘그리고 저 자세.. 어린아이들
엉덩이 때릴 때 쓰는 자세잖아.’
세릴은 크면서 물리적인 체벌을 받고 그런 적은 없었지만, 하녀들이
하는 소리들을 들어보면 크면서 대부분 가정에서 체벌을 받는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가 들었던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아는 하녀가 저번 휴가 때 나갔다가
잘못을 해 발가벗겨져서 엉덩이를 맞고 집 밖으로 쫓겨났다는 내용이었다.
그것 외에도 부모님이나 오빠가 집에서 엉덩이 좀 맞아야겠다고 하면 반항도 제대로 못하고 엉덩이를 깐다던가 하는
건 일상이라고 한다.
하녀들이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어서 더 충격이었다.
제일 어린 하녀도 십대 중반이었고, 십대 후반도 수두룩했다.
하여튼 그렇게 여기저기서 정보가 들어오다보니 체벌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근데 하녀들의 이야기를 통합해봐도 지금 그녀가 겪는 일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 않을까 싶었다.
차라리 가족이면 낫지,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이런 굴욕을 겪다니.. 최악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어차피 결과는 같다는 걸 모르나보군. 스스로 엎드리던지,
강제로 엎어지던지 둘 중 하나다.”
소장의 목소리가 더욱 살벌해졌다.
“아니면.. 조용히 처리할까. 너도 그것을 원하나.”
소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릴 때부터 칼밥을 먹다가 부상을 입고 은퇴하고 나서 교도소로 들어온 케이스였다.
교도소에 있다 보면 거친 죄수들이 한 둘이 아닌 건 누구나 짐작 가능할 것이다.
소장은 늦게 들어와 말단에서 시작해 별다른 빽도 없이 이 교도소의 최고봉까지 올라온 사람이었다.
그가 사람을 다룰 때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공포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평생을 자라온 세릴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분위기였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몸을 압박한다.
생각해본적도 없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직접 피부에 내려앉은 듯 오싹하게 소름이 돋았다.
결국 귀족으로서의 마음가짐으로 겨우 버티던 세릴의 정신방벽이 무너져내렸다.
세릴이 스스로 걸어서 소장의 무릎 위로 엎드렸다.
또 다시 눈물이 흘렀다.
소교가 그럼 그렇지 하면서 의기양양하게 세릴의 다리를 붙잡았다.
소장은 세릴의 엉덩이를 때리기 좋은 위치로 조절한 후, 그녀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너무 수치스럽고 무서워서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무섭나?”
“….”
“피부는 귀족 계집처럼 부드러운데 상당히 오돌토돌하군.”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원을 그리면서 세릴의 엉덩이를 감상하고 촉감을 느꼈다.
때릴 맛이 나는 엉덩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제부터 시행할 것은 너의 그 버릇없는 태도를 고쳐 주기 위한 가벼운
교육이다.”
“….교육은 무슨..”
짜아악!!!
“….!!!!!”
엉덩이를 불로 지진 것만 같은 감각이 엄습했다.
너무 아파서 목에서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마치 목 끝에서 고통이라는 감각이 소리가 올라오는 것을 막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세릴이 엉덩이를 부여잡으며 말도 못하고 끅끅거리는 걸 보고 소교가 낄낄거렸다.
소장이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너는 우리가 시간을 들여 교육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할
필요가 있겠군.”
“맞으면서 ‘교육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외치지 않으면 맞은 횟수가 카운터 되지 않을 거야.
알겠냐?”
“지랄..”
“미친년이!!”
소교가 눈에 불을 켜면서 하늘 높이 손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소장이 중얼거리면서 행동하는 것이 더 빨랐다.
“…후우. 이러지 않았다면
교육을 할 필요도 없었겠지..”
짜아악!!!
“….끄흐윽!!!!”
그 강렬한 소리를 듣고 세릴의 엉덩이가 있는 힘껏 꽉 조여졌다.
아마 세릴 평생 이렇게 엉덩이에 힘을 준 것은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방금 전의 스팽킹이 아팠고, 무서운 감정을 심어주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라?’
하지만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엉덩이에도 긴장이 풀리며 눈을 뜸과 동시에 살짝 벌어지는 것이 보였다.
슬쩍 뒤를 보니 소교가 엉덩이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나대지말고 꽉 붙잡고 있기나 해라.”
“죄송..합니다.”
꼬시다는 감정도 들었지만, 앞으로 저 손에 엉덩이를 맞아야 하는 건
세릴 본인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세릴의 엉덩이가 덜덜덜덜 떨렸다.
‘둘이 같은 편 아니었어..?’
저렇게나 열심히 따르는 소교한테도 가차 없이 대하다니.. 미친놈이
틀림없다.
그녀의 몸이 이 남자는 미친놈이라고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남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덤덤히 입을 열었다.
“그럼 시작하지.”
찰싹!!
“….”
찰싹!!!
“…!”
짜악!!
풍만한 엉덩이가 물결치듯 출렁거림과 동시에 세릴의 몸도 들썩거렸다.
“읏..!!!”
굴복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에 최대한 소리도 내지 않고 참으려던 세릴의 입에서 결국 세 대만에 소리가 튀어나왔다.
세릴은 좋은 유전자를 받아 잘 먹고 잘 커서 엉덩이는 훌륭했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연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까 그 한 방처럼 엄청나게 세게 때리지는 않아서 조금 버틸만한 수준이다.. 라는 거?
하지만 세릴은 까먹고 있었다.
맞고나서 ‘교육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외치지 않으면 카운터 되지 않는다는 것을.
물론 할 생각도 없었지만, 그 말을 들은 직후 그가 소교의 엉덩이를
후려친 것에 충격 받아서 그대로 기억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다시금 남자의 손이 날아들었다.
짜악!!
“할 말은 없나?”
“무…슨.”
소장은 세릴의 엉덩이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 이 정도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 마련인데, 보기보다 잘 버티는
중이었다
그의 손바닥이 활짝 펼쳐지면서 빠르게 가속이 붙었다.
짜아악!!
“꺄아아악!!!”
세릴이 엉엉 울면서 비명을 질렀다.
너무 아픈데 발버둥조차 칠 수가 없는 현실이라 늑대처럼 고개를 들며 힘껏 소리치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한쪽 손은 이미 만지다가 등 위에서 제압당한 상태고, 양 다리는 소교가
있는 힘껏 붙잡고 고정시키고 있어서였다.
소교의 입장에서도 이걸 놓쳐 체벌에 지장이 간다면 그녀가 혼날 수도 있었으므로 필사적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반동을 이용해 엉덩이를 털듯이 씰룩씰룩 흔드는 정도였다.
제정신이라면 이런 망측한 행동은 옷을 입고도 하지 않을 행동이지만, 발가벗겨져서
무서운 사람에게 엉덩이를 맞는 지금의 세릴에게는 그것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짜악!!!
“흐아아아아..!!!”
“학습 능력이 부족하군. 그냥
덜 떨어진거였나..”
소장은 잠시 체벌을 멈추고는 반대편 시원한 손으로 세릴의 엉덩이를 만지기 시작했다.
따끈한 엉덩이 위로 차가운 손이 지나가니 좀 살 것만 같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들의 기분이 이럴까.
좀 더 이 시간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처지가 왜 이렇게 되었나 서글픈 감정이 북받쳐올랐다.
“아우으.. 흑.”
소장은 인간의 심리에 탁월한 사람이었다.
그는 지금 세릴의 상태가 어떤지 어느정도 파악한 상태였다.
행동들을 보고 어쩌면 진짜 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다시금 들었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이미 호랑이 등 위에 올라탄 셈이었다.
확실한 건 정신이 생각보다 단단하고 견고하다는 것.
이런 경우에는 단번에 부수는 것 보다 작은 구멍을 하나씩 내면서 조교를 하는 것이 좋았다.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천천히 엉덩이를 식혀주면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단 한번.”
“..응?”
짜아아악!!!!
“….!!!!!!”
다시금 엉덩이를 불로 지지는 고통이 작열한다.
아니, 화상의 고통에 경중을 따지기는 힘들지만 아까보다 더 아픈 것
같았다.
얼마나 세게 몸부림을 쳤는지 꽉 잡고 있던 소교가 튕겨져 나갈 정도였다.
소교가 눈치를 보며 후다닥 와서 다시 붙잡았다.
“왜, 왜…?”
세릴이 울먹이면서 의문을 표했다.
좀 버틸만하게 때리다가 왜 갑자기 이렇게 때렸냐는 뜻이었다.
세릴은 그냥 말한거지만, 그 속에는 이미 맞는거에 대해서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심리를 읽을 수 있었다.
“단 한번, 존댓말과 함께
교도소의 헌신에 감사를 표한다면 오늘의 교육은 마치도록 하겠다.”
“…..”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이었다.
이런 무지렁이만도 못한 것들에게 존댓말로 감사를 표하라니..
하지만 세릴은 마음 한 쪽이 말도 안 되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다.
눈 꾹 감고 말 한 마디만 하면 이 지옥 같은 엉덩이 때리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다시 시작이다.”
그가 손을 탁탁 털고는 가볍게 세릴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그 후, 본격적인 스팽킹이 시작되었다.
짜아악!!!
짜아아악!!!!
소교도 차마 못 보겠다는 듯 눈을 감았다.
소장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붉은 손바닥 자국이 새겨지고, 엉덩이는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던 세릴의 목소리는 이미 촉촉함을 넘어 갈라져가고 있었다.
짜아악!!!
“ㄱ..만!!!”
소장은 듣지 않았다.
기계처럼 다시 손을 하늘 높이 들어올린다.
짜아아악!!!!
“아아아아악!!!!!!”
이미 푸르댕댕해진 엉덩이 위를 손바닥이 또 지지고 지나간다.
고통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손이 올라가는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요!”
세릴이 뭐라 하지만 소장은 무시하고 다시 휘둘렀다.
짜아아악!!!!
“….!!!!!!”
똑같은 자리에 떨어진 손바닥에 세릴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몇 대를 더 맞는다면 정말 엉덩이가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경종을 울렸다.
“잠깐만요!!!”
소장은 이번에도 듣지 않고 손을 들어올렸다.
이것저것 잴 시간이 없어서 세릴은 곧장 외쳤다.
“교육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엉덩이를 향해 내리치던 손이 엉덩이를 바로 앞에 두고 딱 멈췄다.
감각이 민감해진 세릴의 귀에는 후우웅! 하는 소리가 오는 도중에 뚝
멈춘 것 같았다.
노예들에게 새길 때 쓰는 인두처럼 지옥의 열기를 풍기던 손바닥은 이제 아빠의 손바닥처럼 아무런 적의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특하다는 듯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한순간에 지옥까지 떨어졌다가 살아나온 것 같았다.
세릴은 엉덩이를 쓰다듬어지면서 끅끅거리고 흐느꼈다.
“봐라. 하려면 할 수
있지 않나.”
“흐윽….네..”
소장은 손으로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옆에 서 있던 직원에게 눈짓을 했다.
직원이 ‘죄수기록지’ 라는
양식의 서류를 꺼내들었다.
자세히보니 이미 서류에는 여러 항목들이 채워져 있었다.
아까 소장이 쓰면서 다 채워 넣은 부분들이었다.
맨 마지막에 있는 (인) 부분이
공백인 것이 눈에 띄었다.
“여기만 채우면 되겠군.”
소장의 말이 끝나자 소교가 분홍 립스틱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붉게 달아오른 뜨끈한 엉덩이를 아무렇게나 내놓은 채 하염없이 울고 있는 세릴의 엉덩이를 넓게 벌렸다.
항문이 노출되는 감각에도 세릴은 별 반응이 없었다.
오전까지만 해도 고위귀족 가문의 영애였던 그녀가 귀족으로서의 위엄과 자존심을 다 내버렸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자존심과는 별개로 립스틱이 항문에 닿자 소스라치며 항문을 오므릴 수 밖에 없었다.
짜악!!
그와 동시에 거친 손바닥이 엉덩이를 때렸다.
“흐아악!!”
“또 맞고 싶으면 반항해도 좋다. 다음
훈육은 지금까지 맞은 것의 두 배다.”
“…흐윽..”
세릴이 힘을 풀자 항문이 벌어졌다.
맞는 것 보다, 스스로 엉덩이를 벌려 항문을 활짝 노출시키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소교가 그녀의 항문 위로 꼼꼼하게 립스틱을 발랐다.
“다 발랐습니다.”
“빠진 부분은 없겠지?”
“네!”
“좋다. 확실하게 벌리고
있도록.”
소교와 직원이 집중해서 볼기짝을 한 짝씩 잡고 반대방향으로 잡아당겼다.
그만큼 실수하면 안 되는 중요한 작업이었다.
소장은 항문과 서류의 (인) 부분을
번갈아보다가 종이를 살짝 구긴 다음, 적절한 속도로 엉덩이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이제는 세릴도 이게 무슨 작업인지 눈치를 챘다.
무슨 노예한테 하는 것도 아니고.
지문도 아니고 항문으로 도장을 찍게 한 것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왔다.
노예들도 계약서의 도장을 항문으로 찍지는 않는다..
만약, 정말로 만약 일이 잘못되고.
장기간 여기서 살아야 한다면?
나중에 비교해서 확인할 때 손가락이 아닌 항문과 번갈아가며 비교할거라고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해지며 어지러웠다.
지금까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치심이 몰려들며 또 다시 눈물을 쏟아낸 세릴.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나중에 꼭 회수해서 불사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도장도 잘 찍었겠다, 얌전해진 세릴의 모습을 본 소장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길들이기는 성공적이었다.
사실 겉모습은 거의 똑같았지만, 오랫동안 모셔온 소교라서 알아볼 수
있는 표정이었다.
“이제야 좀 고분고분해졌군.”
“역시 말 안 듣는 여자애들은 이렇게 엉덩이를 때려줘야 정신을 차린다니까요. 그래봤자 삼 일도 못 가지만.”
“자기 소개인가?”
“…네? 소장님!!”
무릎 위에 엎드려있던 세릴의 입꼬리가 처음으로 올라갔다.
지금 순간만큼은 엉덩이도 아프지 않았다.
저렇게 굴던 소교도 결국 비슷한 처지였던 것이다..
“이제 태도도 나아졌으니 입소시켜도 되겠군. 한동안은 주의 깊게 관찰하고.”
“알겠습니다! 야, 116번! 따라와.”
나가기 전 세릴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서류였다.
당장 달려들어서 찢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중간에 저지당하고 또 엉덩이를 맞거나, 찢는다해도 곧장 제압당해서
처음부터 다시 작성되겠지..
그녀의 머리는 그 어느때보다 냉철하게 돌아갔고, 지금은 참아야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를 꽉 깨물었다.
장소를 이동한 소교가 세릴에게는 서 있으라고 하며 의자에 앉다가 작게 소리를 내었다.
그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헛기침을 하며 교육을 시작했다.
“우리 교도소는 너 같은 죄.수.들을 사회의 쓸모 있는 일꾼으로 갱생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어. 그런데
너희가 우리의 노력을 무시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면 안 되겠지? 우리는
언제든지 편하게 너희의 엉덩이를 때릴 수 있는 권한이 있어. 그걸 위해서 너희들은 밑에 아무것도 입지
못하도록 하는 거야. 그래도 우리가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아니거든? 어디까지나
너희 교육을 위한거니까. 호르몬이 분비될 때는 팬티 정도는 입혀주고 있으니 미리 신청해둬. 그리고 복도에서 높으신 분들을 만나면 90도로 허리 숙여서 인사하고, 그대로 뒤로 돌아서 엉덩이를 쭉 내밀어야 해. 똑똑히 알아둬. 죄수 번호를 발급받은 순간부터, 너희 몸의 주인은 교도소장님이야. 엉덩이든, 항문이든, 보지든.. 전부 다. 화장실이나 식사는 같은 방 죄.수.들한테 배워. 못 하면
연대책임으로 다 같이 엉덩이 맞을 테니까 걔네도 잘 알려줄거야. 뭐..
오늘은 이 정도면 되겠네. 살고 싶으면 처신 잘하라고.”
“….”
세릴은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다.
개가 짖나보다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소교도 그걸 눈치챘다.
“어디 계속 그래봐. 네
엉덩이가 남아나지 않을 때가 되서 정신 차리면 늦을 걸?”
“넌 이미 늦은 것 같은데?”
“이게 진짜!”
두 사람의 기싸움이 팽팽해질 때쯤 쓸데없이 밝은 종소리가 들렸다.
“하.. 벌써? 넌 오늘 저녁 없다.”
소교는 칙칙한 회색 티셔츠 하나를 던져주고 저기 오는 소녀들의 무리에 그녀를 밀어넣었다.
일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돌아온 소녀들이었다.
하나같이 지급받은 칙칙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팬티를 입고 있는 소녀들도 몇 명 보였다.
맨 앞에서 인솔하던 직원이 그녀들을 모아놓고 전달사항을 말했다.
“내일은 정기 검진이 있는 날이다.
우리 교도소의 위생에 먹칠하지 않도록 깔끔하게 준비해놔라. 새로 온 애 왕따시키지말고 잘
알려주고. 이상. 당번들은 남아.”
칙칙한 티셔츠 하나만 걸친 소녀들이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건물도, 방도, 복장도
전체적으로 다 회색이다보니 마음까지 잿빛으로 물드는 것만 같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화려한 복장에 우아한 고급 음식을 썰어 먹으며 하녀들의 시중을 받던 밝은 세릴이었다.
그녀의 밝게 빛나던 마음이 순식간에 화산재로 뒤덮였다.
긍정이라는 감정이 뭔지 잊어버릴정도였다..
얼떨결에 무리에 합류해 방에 들어온 세릴이 티셔츠를 입어보았다.
가만히 있어도 배꼽이 보일랑말랑할 정도라 사실상 중요부위를 가리는데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엉덩이나 보지를 전혀 가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면 알몸도 아니고 가슴도 가려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근데 다른 애들은 왜 다 그, 거기. 보지에 털이 하나도 없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분명 그녀에게 생산적인 생각은 아니었으므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오줌이 마려워서 옆에다 물어보니 귀찮다는 듯 손가락으로 구석을 가리켰다.
“….”
화장실 따위는 없었다.
방구석에 놓여진 대야 하나와 나뭇잎 무더기가 전부였다.
헛구역질이 나는 것을 간신히 참고 코를 막으며 돌아누웠다.
냄새나고, 더럽고, 춥고, 배고프다.
한마디로 최악이다.
잠이라도 빨리 자면 현실을 잊을 수 있으니까.
어쩌면 지금 이건 꿈일지도 몰랐다.
자고 일어나면 가족이 있고, 기사들이 있고, 시종들이 있는 숙소에서 깨어날 거라고 믿었다.
‘엄마.. 아빠… 흑..’
하지만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그 행동조차 이 곳에서는 사치였다.
“이 년 오자마자 한바탕 했나본데?
엉덩이 새빨간거봐라.”
“안 일어나? 선배님들한테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정도는 하는 게 예의 아니냐? 안 그래?”
“맞습니다!”
먼저 방에 들어온 선배들의 시비가 시작되었다.
세릴은 하나같이 중요부위도 그대로 드러나 있는 상황에서 저렇게 행동하다니 다들 참 당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천박한 범죄자들하고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들은 세릴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괴롭히다가 별 반응이 없자 재미가
없어서 볼일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어차피 앞으로 마주할 시간은 많았으니, 그녀들도 기를 쓰고 괴롭힐
필요는 없었다.
어쨌든 교도소의 생활도 체력 관리가 중요했으니까.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
방에서 유일하게 세릴만이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던 세릴의 작은 훌쩍거림이 고요한 교도소에서 스러져갔다..
당번들조차 꾸벅꾸벅 졸고 있는 깊은 새벽.
갑자기 밖에서 뭔가 깨지고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콰아앙!!!
거대한 문이 쓰러지는 소리였다.
그 자리에 밤에도 그 위용이 녹슬지 않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페르데우스 백작가의 상징인 날개 달린 말이 왼쪽 가슴 위에 훈장처럼 새겨져 있었다.
그들이 움직이자 각진 금속음이 찰칵거린다.
보기만 해도 섬뜩하게 세워진 푸르스름한 칼날을 앞세운 기사들이 교도소를 쳐들어왔다.
“무, 뭐야?”
“꺄아아악!!!”
“살려주세요!!! 저, 저는 아무 잘못도 안 했어요!!!”
세릴도 벌떡 일어나서 눈을 비볐다.
아비규환임에도 잊을 수 없는 익숙한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마지막 외침은 소교의 목소리였다.
‘설마..’
대표로 보이는 남자가 힘껏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아가씨를 찾아라! 이
돼지우리 같은 곳은 아가씨가 계실 곳이 아니야!”
“예!!”
새벽에 교도소는 한바탕 뒤집어졌다.
세릴이 없어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소문하며 밤 늦게까지 수사를 하다가 결국 실마리를 찾았고, 곧장 결집해서 쳐들어온 것이다.
세릴은 제일 먼저 그녀를 찾아낸 니엔에게 무사히 구출되었다.
그녀의 몸을 다른 기사들이 보지 못해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특히 새빨간 엉덩이에 대한 사실이 아빠 귀에 들어가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었으므로 정말 다행이었다.
세릴의 정체를 듣자 그 태연하고 여유롭던 교도소장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졌던 모습은 아마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세릴은 아까 그 서류들을 찾아 찢어서 불태워버리고 벌벌 떨고 있는 소교를 향해 목을 슥 긋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러자 그녀의 사타구니 부분이 축축하게 젖어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자기 전에 시비를 걸었던 소녀들도 세릴의 눈빛 한 방에 무릎 꿇고 싹싹 빌었고,
직원들도 앞다투어 사죄하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었다.
세릴은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그녀의 위엄을 뽐내다가, 교도소에서 나오자마자
피곤함에 곯아떨어졌다..
니엔은 등 위의 세릴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숙소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세릴의 앞에는 그녀의 담당 호위인 막내 여기사, 니엔이 서 있었다.
여자의 몸으로 기사가 되기 위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런 니엔의 눈 밑으로 다크서클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불과 하루도 채 안 되어서 이렇게나 안색이 초췌해졌으니 그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미안..”
“저는 괜찮습니다. 아가씨가
무사하시기만 한다면.”
세릴은 잠시 자신이 무사한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건지 의문이 들었다.
무사한..건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들이닥쳐서 다 뒤엎어버릴 때는 진짜 통쾌하고 짜릿했었지.’
하지만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짜릿함이었다.
“괜찮기는 무슨!!!”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천둥 같은 호통소리에 두 소녀 모두 화들짝 놀랐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세릴의 아버지이자 가문의 가주인 소론이었다.
목소리만큼이나 커다란 덩치를 가진 그가 성큼성큼 걸어와 딸을 와락 껴안았다.
원래 같으면 질색했겠지만 세릴도 잘못한 점이 있어서 아빠의 팔불출 같은 질문들에도 성실히 대답했다.
엉덩이가 조금 쓰라리기는 했지만..
어차피 아빠가 다 큰 딸의 엉덩이를 확인하지는 않을 테니까.
잠시 후, 딸을 놓아준 소론이 니엔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니엔,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겠지.”
“…예.”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함이 그녀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 같아서 두려웠다.
주인을 제대로 모시지 못해 파문당한 명예롭지 못한 기사를 그 누가 거두려 할까.
어쩌면 그녀는 거친 전쟁터를 전전하며 하루하루 처량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날지도 몰랐다.
어릴 때부터의 숙원이 이루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기사 생활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무슨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부디 파문만은..”
소론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니엔을 쏘아보았다.
굳게 입술을 다문 니엔은 어떤 벌이라도 감내하겠다는 듯 단단함이 엿보였다.
“..좋다. 벌을 주도록
하지. 옷을 벗어라. 전부.”
“…예?”
그 어떤 벌이라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으나, 예상치 못한 말에 니엔의
얼굴이 이상하게 흐트러졌다.
소론의 표정이 더욱 냉혹한 한기를 뿜어내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너의 죄에 대한 벌을 내릴 것이다. 너는 나태해진 기사들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잘못을 하면
자신도 당할 수 있다는 그 생각이 군기를 바짝 끌어올릴 수 있겠지. 어제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아빠.”
“응?”
방금 전의 서릿발치던 목소리와는 딴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니엔에게 줄 벌이 뭐에요?”
“공개태형이다.”
“태형..?!”
그 말을 듣고 눈치 빠른 시종이 조용히 마차에 가서 장작용 땔감을 가져왔다.
회초리용이 아닌 불을 피우기 위한 용이라서 아주 바짝 마른데다 거칠기 짝이 없고, 심지어 작은 가시들까지 달려 있었다.
저걸로 맞으면.. 상상만해도 끔찍했다.
“이, 이걸로?”
세릴은 어제 맞았던 손바닥도 고통이 무지막지했는데 아무리 기사인 니엔이라고 해도 저걸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니엔도 결국 그녀와 동갑내기 소녀일 뿐인데.
놀라서 아빠를 바라보자, 다행히 소론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당장은 필요 없다. 니엔은
자신이 맞을 회초리를 스스로 구해와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니엔이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는 예를 취하고는 회초리를 구하러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석연찮은 목소리가 뒤를 따랐다.
“누가 옷을 입고 가라고 했지? 두
번이나 말하게 하지 마라. 옷을 벗어라. 전부.”
“….예. 그것으로 제
잘못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다면.”
시종이 다가와 니엔의 갑옷 벗는 것을 도왔다.
아까 장작을 들고 왔던 그 시종이었다.
혼자 벗지 못하는 갑옷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그 후, 니엔은 스스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속옷을 벗어나가야만 했다..
신발을 빼고 전부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니엔의 몸은 성인 여성의 몸임에도 부드럽다기보다는 탄탄한 느낌이었다.
역시 기사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선명한 복근에 은근히 근육질인 몸매가 만천하에 공개되자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중요부위를 가리는 니엔이었다.
소론은 손을 치우게 하고는 니엔의 몸에서 거의 유일하게 지방덩어리인 부분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었다.
아무리 기사라고 해도 사람의 몸에는 단련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핑크빛 젖꼭지가 그의 단단한 손에서 비틀려졌다.
“끄..흐윽!!”
“착각하지마라. 세릴을
제대로 호위하지 못해 생긴 일은 어떠한 벌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벌은 그저 최소한의 대가일뿐이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가서 회초리를 구해와라.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저 장작 더미들을 감당해내야 할 거야.”
“예!!”
니엔이 이번에는 알몸으로 예를 취하고 몸을 돌렸다.
소론이 손을 휘둘러 그녀의 엉덩이를 짜악! 손바닥 자국이 남을 정도로
강하게 때렸다.
니엔의 엉덩이가 크게 출렁거렸다.
세릴도 크게 놀라서 아빠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사심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말한테 출발하라고 하는 것이 연상될 정도로 감정 없이, 출발하라는
뜻의 스팽킹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니엔이 수치스러운 감정을 꾹 억누른 채 간신히 답하며 숲속으로 향했다.
여기저기 긁히고, 날벌레들과 싸우며 회초리로 쓸 나무를 한아름들고
온 니엔.
양 손으로 나무를 들고 있어 가장 중요한 부위인 음부조차 가리지 못하며 걸어오는 모습은 누가 봐도 동정을 느낄
정도로 불쌍했다.
세릴은 니엔을 보자 아빠에게 말을 하다 말고 얼굴이 화끈거려서 고개를 돌렸다.
니엔도 세릴의 태도를 보고 의연하게 다잡았던 의지가 무너져내리며 고개를 돌렸다.
보는 사람이 부끄러워하는데, 그 당사자가 부끄럽지 않을 리가 없었다.
공터까지 다가온 니엔이 회초리를 내려놓았다.
언제 왔는지 또 다른 소녀가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세릴은 신이 나서 아빠한테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한테 ‘너까짓게 귀족이면
나는 공주다. 귀족모욕죄가 얼마나 무서운건지 아느냐’고도
했다니까요!? 누가 누구 앞에서!”
그러면서 세릴이 눈을 부라리자 교도소 직원인 소교가 몸을 움츠렸다.
“다시 말해봐. 나한테서
구린내가 난다고? 천박하게 생겼다고?”
소교도 억울한 점은 있었다.
세릴은 처음 봤을 때 귀티는 나기는 했다.
근데 오다가 반항하고 구르다 보니까 꾀죄죄해 있었어서 당연히 귀족 영애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하물며 이 지역의 패자인 백작의 하나뿐인 딸이라니..?
그런 사람이 왜 작은 빵 하나를 훔치고 있단 말인가.
그 누구라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다.
심지어 지금 세릴이 한 발언은 항문 검사를 할 때 말한 것이라 전체적인 느낌도 좀 달랐다.
외모에 대한 의견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소교도 눈치가 있어서 진실을 정정하면 큰 일이 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선처를 바라며 조용히 듣는 것 뿐이었다.
듣고 있던 백작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내 딸한테 그런 헛소리를 마음껏 지껄이다니. 너의 그 몸뚱아리는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해봐야겠군.. 만약 영 시원치
못하다면 너도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그가 눈짓을 하자 양 옆에서 건장한 시종 두 명이 소교에게 달려들었다.
소교는 이 야외에서,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몸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발버둥쳤다.
팔다리를 휘두르고 사납게 할퀴기까지 했지만 결국 시간문제였다.
“앙칼진년이로군..”
결국 벗기는데 성공한 시종이 손에 든 팬티를 땅바닥에 휙 던졌다.
긁힌 팔뚝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잠시 대화 좀 해야겠어.”
소론은 두 발가벗은 소녀를 공터 한가운데에 나란히 서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자리를 잡자 원처럼 빙 둘러싸는 형태가 되었다.
어느 쪽으로 몸을 돌려봐도 엉덩이가 보이고, 보지가 보일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벌을 달게 받을 거라 한 말이 빈말은 아니었는지 니엔은 손머리를 한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몸이 덜덜 떨리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떨고 있었다.
소교는 몸을 쪼그리고 있다가 엉덩이를 몇 대 맞고 나서야 훌쩍거리며 겨우 일어서서 가슴과 음부를 가렸다.
소론이 니엔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혼나기전에 할 말은 있나?”
“예 주인님.. 명을 수행하지
못한 기사인 저를 벌해..주십시오.
벌을 달게 받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었지만, 말을 하면서 수치스러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주인님이라는 말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처럼 발가벗은 채로 말하니 더욱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1대1로 사적인 공간에서
기사 갑옷으로 온 몸을 칭칭 둘러싸고 이 말을 했어도 부끄러웠을텐데,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정반대였으니까.
시원한 바람이 휑한 사타구니를 간질거린다.
날씨는 또 왜 이리 빌어먹게도 좋은지.
딱 여행가기 좋은 화창한 날씨의 따스한 햇살속에서 알몸으로 일광욕을 하는 거라면 그것 또한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을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문제지만.
“그래. 그러면 발목을
잡고 엉덩이를 내밀어라.”
“..예.”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유연성 훈련도 필수였다.
특히 여기사들은 남자들에 비해 부족한 근력을 유연성으로 커버하는 경향도 있어서 더욱 유연성 훈련에 힘을 쏟았다.
덕분에 니엔은 가주가 시킨 명령을 그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흠.. 자세는 훌륭하군.”
탄탄한 허벅지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엉덩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땅으로 축 쳐진 가슴과 함께 그 사이로 니엔의 얼굴 표정까지 전부다 보여지는 멋진 자세였다.
물론 벌어진 엉덩이 사이로 중요부위들이 전부 공개되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니엔의 엉덩이를 맨 손으로 주물러보면서 엉덩이의 근육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기사의 힘은 단단한 하체에서 나오고, 하체에서 엉덩이 근육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매우 높았으므로 니엔이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론은 체벌 상황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감탄하며 외쳤다.
“니엔. 멋진 여기사 엉덩이의
표본이로구나!”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엉덩이로 꽂혔다.
덕분에 니엔은 엉덩이가 따갑다는 느낌까지 받으며 더할 나위 없는 굴욕감을 느꼈다.
하지만 주인의 칭찬이니 대답을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감..사합니다…”
“허나 음모가 너무 무성한 것은 위생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걸.”
“…..”
“하긴, 이런 것까지 내가
간섭할 필요는 없지. 딸아이 호위만 잘해주면 되는 것을. 허허허.”
소론의 말은 일순 부드러워보였으나 그 안에는 뼈가 들어있었다.
“…아닙니다, 음모….관리..하겠습니다.”
한편, 옆에서는 세릴과 소교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싫어…싫어어..!!”
“하기 싫으면 평생 교도소에서 썩던가. 지금 있는 교도소 막내 죄.수.로
들어가면 딱이겠네. 너가 막 대했던 애들이 널 얼마나 반겨줄까?”
“..윽.”
“처신 잘하라고. 내 말
한마디면 넌 귀족모욕죄가 아니라 왕족사칭죄로 인생 끝장 날 수도 있으니까.”
마지막 한 마디가 결정타였다.
“..줘.”
“응? 잘 안 들리는데? 호호호.”
“..살려줘.”
“뭐라고? 내가 누구한테
뺨을 맞아서 청각에 문제가 생겼나 봐.. 힝.”
깐족거림의 대마왕이 강림한 것 같았다.
‘얘가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되도 않는 애교까지 떨면서 놀려대니 몸이 부르르르 떨렸다.
세릴은 열 몇 시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지금 상황이 몹시 만족스러웠다.
그 때는 교도소에서 강제로 발가벗겨져서 항문 검사도 당하고 엉덩이도 맞고 했었는데..
지금은 소교가 알몸으로 싹싹 빌고 있었다.
“이게 원래의 신분 차이고, 너와
나의 눈높이란다.”
“…살려줘..세요. 잘못했어요..”
“흐응? 슬슬 재미없는데.”
세릴이 몸을 돌리자 소교가 몸을 날려서 앞을 막았다.
그리고 넙죽 엎드리면서 땅에 머리를 박았다.
동양 어떤 나라의 문화중에 이런 게 있다던데. 심지어 알몸이다.
“잘못했습니다!!!”
“흐음.. 높으신 분을
봤을 때는 어떻게 인사해야 하더라? 내가 머리가 나빠서 기억을 잘 못해. 미안~”
교도소에서 소교가 교육할 때 세릴에게 했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소교가 일어나서 180도 몸을 돌려 방금 한 동작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알몸으로 엎드려서 땅에 얼굴을 박았다.
똑같은 자세였지만 이번에는 엉덩이가 이쪽으로 향하니 꽤 느낌이 색달랐다.
평소에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허리를 굽신거려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지금
이 상황은 확실한 우월감이 느껴졌다.
평생을 귀족 영애로 자라오며 귀티나는 행동만 해온 세릴의 가학심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어머머.. 너는 항문이
완전 똥을 싸기에 최적화된 구멍이구나? 실용적으로 보여서 부럽다~”
“….”
“근데 이렇게 못생긴 항문은 처음 보는걸? 냄새도 심하고.. 우욱. 웨엑-”
세릴은 한껏 과장된 태도로 코를 쥐어 막고 토하는 시늉을 했다.
“못 생기고.. 냄새나서… 죄송합니다…”
아무리 소교라도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었는지 왈칵 눈물을 쏟았다.
“아냐아냐~ 근데 넌 손가락
좋아하니? 아니면 생강은?”
“….”
“대답해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뭐든 할 테니..”
“됐어.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흐아아~”
세릴이 개운하게 기지개를 펴며 몸을 풀었다.
그리고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 엉덩이 맞으러
가자?”
소론이 니엔의 엉덩이 칭찬을 마치고 회초리를 고르는 도중, 세릴이
소교를 데려왔다.
소교의 체벌을 아빠한테 부탁할까 했는데, 지금 보니 니엔이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번 사건의 잘잘못을 따지자면 세릴의 비중이 크긴 했지만, 소교
때문에 세릴이 쓸데없이 더 고생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 억울하게 혼난 니엔이 주인인 세릴을 고생시킨 소교를 체벌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약간 복수하는 느낌도 있고, 화풀이 하는 것도 있고.. 명분이 있으니 뭘 갖다 덮어도 잘 어울렸다.
하지만 그 전에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아빠아… 니엔이 꼭 혼나야
되는 거에요? 안 혼나면 안 될까요?”
“그럴 수는 없단다.”
딸의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주는 소론이었지만 지금 한 말에서는 강철과도 같은 단호함이 느껴졌다.
“가신들의 정신이 나태해지면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어. 니엔은 그 본보기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낼 필요가 있단다.”
“..맞습니다 아가씨. 제게
조금이나마 대가를 치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니엔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세릴도 더 이상 뭐라 할 수는 없었다.
“…알았어.”
“뒤로 물러나 있거라. 세릴.”
소론은 세릴이 충분히 안전거리를 확보한 것을 확인하고 니엔이 가져온 회초리를 손에 쥐었다.
대화는 없었다.
소론이 휘두른 회초리가 니엔의 엉덩이를 강타한다.
니엔의 엉덩이에 붉은 줄이 하나 둘 그어지기 시작했다.
소론도 중년의 나이지만 페르데우스 백작으로서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은 몸이었다.
그의 단련된 몸은 어지간한 기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탄탄하고 균형이 잘 잡혀있었다.
회초리를 휘두를 때 불끈 솟아오르는 근육이 만들어내는 파공성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보는 세릴이 질려서 스스로 팔을 껴안을 정도였다.
근데 그걸 맞고 자세를 유지하며 버티는 니엔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가 가져온 회초리들은 겨우 몇 대 때리고 부러져나가기 일쑤였다.
때리는 힘도 강한데다가, 단련된 엉덩이에서 나오는 반탄력이 합쳐져서
나올 수 있는 결과였다.
휘이이익–!!
“..흐읍..!!”
넘어질 듯 말 듯 위태롭게 흔들리던 니엔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옆에는 두 동강난 나뭇가지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서 쌓여있었다.
이제 남은 회초리는 단 하나.
그 결과로 니엔의 엉덩이는 물론이고, 허벅지까지 전부 빽빽하게 붉은
줄이 들어차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소론도 매의 눈으로 탐색을 해보았지만 더 이상은 때릴 만한 부분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미 시퍼렇게 물든 엉덩이와 허벅지는 보기만해도 오싹하게 올라올 정도였다.
때릴려면 때릴 수야 있겠지만, 피가 터져나오는 꼴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니엔. 엉덩이를 벌려라.”
“……”
“니엔? 엉덩이를 벌리라했다.”
“….예.”
이미 지금까지의 자세에서 엉덩이가 벌어져 항문이 보여졌다고는 하나, 그거랑
니엔 본인이 스스로 벌리는 거랑은 또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산뜻한 공기가 벌어진 항문을 간질이고,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의
벌어진 엉덩이 사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세릴을 지키지 못한 죄. 똑똑히
새기도록. 앞으로의 실수는 용납하지 않겠다.”
“알겠습니다.”
말을 하며 니엔이 엉덩이를 더욱 벌렸다.
소론은 회초리의 방향을 세로로 돌려서 그녀의 항문을 조준했다.
세릴은 차마 못 보겠어서 눈을 돌렸다.
차악!!
“끄흐으..흑!!!”
엉덩이를 맞을 때는 굳건하게 잘 버티던 니엔이었지만, 아무리 기사라도
항문 스팽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연약하기 짝이 없는 부위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니엔이 자기도 모르게 항문을 오므렸다.
“..항문을 벌려라 니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런 추태를 보일 것이냐?”
“…아닙니다.”
니엔의 항문이 다시 벌어지고, 회초리가 가격한다.
니엔이 참지 못하고 절제된 비명을 지르고, 다시 항문을 벌리면 때리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살짝 실눈을 떠서 보니 시뻘겋게 칠해진 엉덩이 사이로 확연하게 부풀어오른 항문이 보였다.
세릴은 자기가 겪었던 거랑은 비교도 안 되는 강도에 마른침을 삼켰다.
아빠도, 니엔도 보통내기들이 아니었다.
결국 마지막 회초리는 부러지지 않았다.
소론은 이 이상은 기사로서의 생활에 지장이 갈 수도 있겠다 판단하여 체벌을 멈췄다.
항문을 때리는데 회초리가 부러지기에는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 니엔이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소론에게
예의를 갖췄다.
그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전설 속 주인과 신하의 멋진 인연을 형상화시켜서 보여주는 것 같은 멋진 장면이었다.
소론이 니엔의 엉덩이 사이에 마지막 회초리를 끼워줌으로써 체벌을 마치자, 누군가
박수를 쳤다.
하나 둘 늘어나더니, 급기야는 구경하는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니엔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고.
“감사..합니다. 주인님..”
“앞으로도 잘해보자고. 니엔.”
“예..!”
“끝나는 분위기네..”
아직 한 명 남았는데.
세릴은 옆에서 인간 진동기처럼 덜덜덜 떨고 있는 소교를 바라보았다.
엉덩이를 맞을 때에도 겁에 질려서 눈물을 흘렸는데, 항문까지 자비없이
때리는 것을 보고 그녀는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이 상태로 맞으면 분명히 눈물, 콧물, 침, 오줌까지 질질 흘리면서 더럽고 추악하게 체벌이 진행될 것이다.
저 여기사처럼 멋지게 체벌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었다.
“세릴 아가씨. 하, 한번만 봐주세요.. 저것만 아니면 뭐든지 할게요.. 제발…!!”
“음.. 뭘 할 수 있는데?”
세릴은 잠시 고민하는 척 했다.
소교의 얼굴에 희망이 깃드는 모습이 보였다.
“저는..”
“되겠냐? 아빠아!! 니엔!!”
세릴의 발걸음이 낭랑하고 가벼운 봄처녀 같은 느낌이라면,
소교의 발걸음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와도 같았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소론은 직접 딸을 괴롭힌 소교에게 벌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니엔이 혼내게 하고 싶다는 세릴의 의견을
존중했다.
지금 상태로는 체벌자로서의 위엄이 서지가 않았으므로, 니엔은 아픈
부위들을 조심스럽게 피해가며 갑옷까지 풀세트로 갖춰입어야만 했다.
자세는 아까와 같았다.
서서 발목을 잡고 엉덩이를 내미는 자세.
남은 회초리는 하나뿐이었으나 니엔이 사용하고 싶지 않다 하여 고이 모셔두고 장갑을 낀 채로 스팽킹이 진행되었다.
소교는 정신이 없었다.
단단한 기사 건틀릿에 맞는 엉덩이는 맞을 때 마다 둔기로 맞은 것 처럼 묵직한 충격을 주고, 어디를 봐도 꽤나 가까운 곳에 사람들이 있었다.
그것도 꽤 잘 차려 입은 사람들이.
발가벗고 공개적으로 엉덩이를 맞는 그녀와는 다르게 그들에게는 그저 하나의 유희거리일 뿐이었으니 표정도 좋아 보였다.
“흐윽…”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보지는 물론 항문까지 다 노출되어서 엉덩이를 맞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태산 같은 수치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관중들 사이에서 선명하게 들리는 여자애의 비웃음 소리.
“킥.”
굴욕감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머리가 어지러우니 몸도 같이 비틀거렸다.
그 위로 니엔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세 똑바로 잡아라. 나는
적에게 관대하지 않으니.”
철써억!!!
“꺄아아악!!!! 죄송해요..!!”
부녀는 보다가 동시에 몸을 휙 돌렸다.
“세릴. 무사히 돌아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빠 덕분이에요.”
빈 말이 아니고, 세릴은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문의 보호가 얼마나 커다란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고 있었다.
소론이 기분 좋게 허허허 웃었다.
“하지만 너도 이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나이잖니? 이번 여정이 끝나고 성에 돌아가면 엄마한테 귀족 영애로서의 교육을 좀 받아야겠구나.”
“아, 아빠?”
“이번 일은 아빠도, 엄마도, 가문의 사람들 모두 얼마나 놀랐는지..”
말을 하던 아빠가 커다란 손바닥으로 세릴의 엉덩이를 가볍게 찰싹 때렸다.
“꺄악?!”
세릴이 깜짝 놀라서 엉덩이를 샥 가렸다.
하지만 다음 손바닥이 날아오지는 않았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겠지?”
“네.. 약속할게요 아빠.”
“그래, 피곤할텐데 푹
쉬렴. 내일부터 수도까지 가려면 일정이 빠듯할거다.”
“네에.”
세릴은 아빠의 뺨에 뽀뽀를 하고 포옹한 다음 숙소로 돌아왔다.
그녀는 누워서 생각했다.
겨우 하루도 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최근 일 년 동안 배운 것 중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일이었고, 배운 점도 많다고.
‘하지만 앞으로 살면서 이렇게나 비싼 수업료를 다시 내는 건 불가능하겠지.’
눈을 감자 세상이 어두워지고,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이게 꿈이 아니기를.
눈을 떴을 때 칙칙한 회색 천장이 반겨주지 않기를 빌며 잠에 들었다.
끝.
써놓고 보니까 좀 사회 비판적인
요소 같은 것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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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즘같은 시대에는 소설을 보고 이 블로그에 푹 빠지게된 1인입니다
요번 단편도 매우 재밌네요 아마 체벌에 대해 이해도가 깊으신것같아요 단순히 때리는것에서 그치는게 아닌 그에따르는 수치심을 통해 반성도 시킬줄아시고… 요즘같은 시대에는 속편이 너무 기다려지네요! 다음편에는 수치심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장면(예를 들어 간단한 신체검사를한다거나 온도측정 아니면 동생앞에서 혼자만 혼나거나 등등)이 여전히 많았으면 좋겠어요 언제즘 감상할수있을까요? 작가님
여동생이 꾀병을 부리고 학교에 안 가서 화가 난 오빠가 항문으로 정확한 체온 측정 하고 열 나는 척 하면서 좌약도 넣어주고 관장도 해주고 신체검사 하다가 꾀병인 게 걸려서 체벌하는 이야기도 써 주세요! 글 너무 좋네요:)
제가 워낙 스팽킹에 수치 굴욕 추가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다음편에도 수치심을 좀 더 자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다만, 소설이 삘(?)이 와야 써지는편이라.. 언제 올라갈지는 확답을 못드리겠네요. 이번편도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엇.. ㅋㅋ 안그래도 항문으로 체온재기 + 꾀병과 거짓말한 벌로 혼나는 조합으로 구상해놓은 편이 있기는 합니다.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 설정이거든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설 재밌게 읽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쥬세요ㅎㅎ
점점 많은 성향자분들이 즐겨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